- 2010년 11월. 江西省 龍虎山 嗣漢天師府에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제가 정식으로 도사가 되었습니다. 굳이 정식 도사가 되어야 할 이유는 딱히 없는 것이었지만 이런저런 몇 가지 이유가 있어서 큰 맘 먹고 수속을 밟았습니다.

제가 북경도사라는 닉네임으로 중국차를 다루기 시작해서 이제는 사업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몇년 전부터 인터넷에서 북경도사라는 닉을 써왔는데, 그렇게 이름지은 이유는 제가 북경에 거주하고 도교를 전공하기 때문입니다. 이름이 재미있어서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고 저도 그런대로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는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지금은 상표등록까지 마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이왕 이렇게 북경도사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할 바에는 명실상부하게 진짜 도사가 되는 것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중국 도사들의 실제 모습이 어떠한가도 알고 싶었습니다. 또한 겉에서 보는 도사와 도사 신분으로서 보는 도사는 어떻게 다를지도 궁금했고요. 제 전공인 도교문화사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지요. 어쨌거나 지금은 중국 정부 산하의 종교국에 등록된 정식 도사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앞으로 도교에 관련된 활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공부하고 사업하는 거지요.

이번에 용호산 갔다 오는 일정은 매우 힘들었습니다. 초장에 삑사리가 나기 시작해서 나흘 내내 제대로 된 밥 한끼 못 먹고 잠도 편안하게 못 잤습니다.

원래 도교는 음력으로 따집니다. 10월 13일(양력 11월 18일)에 용호산에 도착해서 등록을 해야하고, 그래서 아침 비행기표를 끊었는데 전날 술이 좀 과해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하릴없이 공항으로 가서 티켓을 끊었습니다. 다행히 오전 11시 비행기가 있어서 타고 남창으로 갔습니다. 3시쯤 도착해서 택시를 한 시간 정도 타고 기차역으로 가서 응담시로 가는 열차를 탔습니다. 1시간 정도 걸려 응담역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택시를 타고 가야하는데 웬 오토바이가 자기 뒤에 타고 가자고 꼬십니다. 마침 은행에서 돈을 찾아야 했기에 중간에 은행에 들르는 조건으로 35元에 가기로 했습니다. 강서성이 남쪽이라 북경보다는 따뜻하지만 오토바이를 타면 춥잖아요. 약 30분을 가니 기름이 없답니다. 주유소도 없고 어쨌든 갈 데까지 가보자 하고 열심히 달렸는데 거의 엥꼬 날 때쯤에 주유소가 나타났습니다.

주유소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용호산은 세계자연유산입니다. 풍광이 아름답지요. 그런데 그런 절경은 한 번도 못 봤습니다. 천사부는 절경과는 좀 떨어진 곳에 있어요. 사진에 보이는 입간판 오른쪽 위에 있는 인물이 장천사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오토바이 기사에게 60元을 뜯기고 도착한 천사부 입구입니다. 뭐가 이리 허름한가 했더니 이 문은 정문이 아니더군요. 정문은 따로 있고 입장료도 받습니다. 저는 물론 입장료는 안 냈지요.

이곳에서 수록행사가 대부분 이루어졌습니다.

수록이라고 쓰여 있지요. 정식으로 쓰면 授? 이렇게 씁니다. 정식으로 도첩을 받고 도교의 도사가 되는 행위입니다. 불교에서는 수계라고 하는 의식이 있지요.

위에 현판을 보면 천사부라고 쓰여 있습니다. 천사는 장천사를 말합니다. 이곳은 장천사를 주신으로 모신 곳입니다. 삼국지를 자세히 읽어본 분들은 장천사를 압니다. 삼국지에 황건적의 난을 일으킨 장각이라는 도사가 나옵니다. 태평도라는 도교신앙으로 민중의 마음을 휘어잡았지요. 주로 산동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했습니다. 나중에 조조에 의해 섬멸되어서 없어집니다.

장각과 동시대에 지금의 사천과 섬서 일대에는 오두미도라고 해서 장도릉이라는 사람이 일으킨 도교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도교의 맥을 이어옵니다. 오두미도는 입교할 때 예물로 쌀 다섯 말을 바쳤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장도릉이 초대 천사이고 그 아들, 손자, 증손자, 고손자.... 이렇게 63대를 이어오는 거지요. 64대 이후로는 중국에서 인정을 안 합니다. 왜냐하면 장개석 따라서 대만으로 갔던데다 제대로 법통을 이었다고 인정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63대 장천사가 대만으로 건너간 이후로 천사도의 유무형 전통 중에 매우 많은 부분이 실전되어버렸습니다. 듣기로 지금 대만에서는 천사도의 법통문제로 자손끼리 내분이 일어나서 어지럽다고 하더군요. 하여간 지금은 용호산 사한천사부가 정통입니다. 사한은 한나라때부터 이어져 내려왔다는 뜻입니다.

천사전 내부입니다. 지금 도사 한 명이 법사를 행하고 있습니다.

장천사입니다.

입안에 물을 머금고 뿜습니다.

이번에 저와 함께 녹을 받으로 온 도사들입니다. 중국내 제자들은 바로 앞서 수록 행사를 끝냈고 곧바로 해외 도사들에게 녹을 줍니다.

도사의 3대 법기 중에 하나인 영패입니다.

녹을 받기 전에 시험을 봅니다. 사진 뒤쪽에 멀리 보이는 사람들이 있지요. 거기에서 문답 시험을 보고 통과해야 녹을 받을 자격이 생깁니다. 저는 물론 합격했지요. ^^

지금 제가 입고 있는 복장이 바로 도복입니다. 도사들이 입는 옷이지요. 모자, 신발, 양말이 특이합니다.

시험이 끝나고 밥을 먹으면서 좀 황당했습니다. 등록을 하면 도관에서 숙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천사부 안에 있는 식당에 가서 반찬 2가지 시켜놓고 양생주 한 컵 마셨습니다. 사람이 밀려드는 철이라 주변 호텔에 빈 방이 하나도 없어서 겨우 남의 관광버스 얻어타고 응담시로 돌아가서 호텔방을 잡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호텔을 소개해준 대만팀의 여행가이드 아가씨에게 340元을 사기당했습니다. 이후로도 이런 경험은 계속됩니다. 강서성이 아주 피곤한 동네예요. 사람들이 어떻게든 속일 기회만 있으면 무조건 속이려고 듭니다.

이 사진은 마지막 날 기념촬영할 때 찍은 것입니다.

천사부 정문 안쪽에서 바깥쪽을 바라보고 찍었습니다. 멀리 냇물이 보입니다. 냇물이라고 하기엔 좀 크고 강물이라고 하기엔 작은 그 정도 물줄기입니다.

천사부 정문의 지붕입니다.

도교는 이렇게 깃발을 많이 씁니다. 깃발에 온갖 경전과 부록이 들어갑니다.

기린입니다. 기린은 원래 실재하지 않는 동물입니다. 중국인들은 우리가 말하는 기린을 장경록(목이 긴 사슴)이라고 말합니다. 사자 역시 원래는 상상 속의 동물인데 아프리카의 사자를 중국인들도 사자라고 부릅니다.

가운데 노란 도복을 입은 세 명의 도사가 천사부의 三大師입니다. 불교의 대종사와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정문을 들어가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앞으로 계속 가면 옥황전이 나옵니다.

마당에 십이지신 상이 군데군데 놓여 있습니다.

상선약수가 빠질 수 없지요. 아마 노자에 나오는 구절 중에 가장 흔히 인용되는 게 상선약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옥황전 앞에 있는 용 조각입니다. 바로 앞에 우물이 있는데 이렇게 가끔 물을 뿌려줍니다. 자사호를 기르는 것 같습니다. 용이 녹색이라 녹니 삘이 납니다. ^^

옥황전 앞에서는 이렇게 수시로 폭죽을 터뜨립니다. 중국인들은 정말 폭죽을 좋아해요. 엄청 시끄럽고 잘못 다루면 다치기도 많이 합니다. 심지어 폭죽 때문에 죽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아마 전중국에서 폭죽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이 일년에 천명은 넘을 거예요.

사진을 정리할 시간도 없고 정신적인 여유도 없어서 그냥 두서없이 소개합니다. 앞으로 틈나는대로 몇 차례 더 천사부 시리즈를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