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하차창은 특이하게 사장 이름이 회사 이름이기도 한 차창입니다. 중국어 발음으로 '왕샤'이기 때문에 왕샤차창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왕하씨는 제가 예전에 한 번 만나본 적이 있는데 키가 크고 성격이 좀 호방한 느낌이 나는 여장부 스타일입니다. 원래 맹해차창의 간부 출신인데 그녀의 남편 노운씨는 맹해차창의 창장을 역임했습니다. 최근에 들은 소식으로는 왕하차창에 사람이 없고 문이 닫혀 있다고 하더군요. 경영이 아주 어려운가 봅니다.

지금 소개하는 차는 왕하차창이 아주 잘 나가던 05년에 출시된 차입니다. 지금은 보이시가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사모시였는데, 왕하씨가 사모시 정부와 합작으로 백복용단 같은 훌륭한 차도 만들고 마방 희망공정도 추진해서 일시에 아주 유명한 차창으로 부상했습니다. 한창 잘 나가다보니 물류 쪽에도 투자했는데, 07년 투기거품이 꺼지면서 전체 보이차 시장이 암흑기를 맞게 되고, 그 여파로 왕하차창도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그 이후로 한때 재기했다는 얘기도 들렸는데 지금은 여의치 않은가봐요. 왕하씨는 보이차 업계의 여걸인데 이대로 무너지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차든 숙차든 보이차를 잘 만들 줄 알고, 특히 숙차 제작에 조예가 깊은 분인데 말이죠.

포장시 위쪽 가운데에 세로로 甲級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래서 갑급고수청병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왕하씨가 만든 차는 이름에 거품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슨 천년교목이니 특급고수병차니 하는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차 역시 그런 면이 있습니다. 차품이 좋으니 소개하는 것입니다만 그렇다고 이름처럼 고수차는 아닙니다. .

병면을 보면 아주 잘 익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 05년 생차보다 발효도가 높아 보입니다.

잘 익어가고 있습니다. 진기 10년차입니다.

8g을 우려봅니다.

9시방향부터 시계방향으로 제 8포까지의 탕색변화입니다. 사진은 좀 밝게 나왔는데 실제로는 탕색이 더 진합니다. 발효도가 진기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습은 전혀 먹지 않은 광동 완전건창입니다. 이 차는 보이시에 있는 왕하차창에서 제작한 차이지만 아마도 맹해지역 원료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맹해지역 차청을 일부 병배했을 겁니다. 맛을 보면 차기가 좋고 감칠맛도 좋습니다. 평소 익숙한 맹해지역 차같은 느낌이 납니다. 발효도가 높기 때문에 지금 마셔도 큰 부담이 없습니다. 맛과 향만 부담없는 것이 아니라 가격은 더욱 착합니다. 초염가로 10년 진기의 차를 소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고수차 느낌은 없습니다만, 깔끔하고 발효도 높은 엽저입니다. 정말 고수차라면 가격이 엄청 비싸집니다.